[미국교환학생]
내가 변해야 주위 환경이 변하게 된다! (1)
미국교환학생 컨설턴트 이은수
2014년도 9월학기 교환학생 배영한
교환학생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아버지께서 늘 “너는 중학생이 되면 꼭 교환학생을 가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 직장 동료 분들이 자녀들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시켜 좋은 성과를 얻어 아버지에게 추천을 해주셨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생각했던 교환학생을 막상 신청할 때가 되니 가족들, 친구들, 익숙한 환경을 두고 낯선 환경에 혼자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학원 선생님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그 부담감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출국 날짜가 다가올 수록 두려움은 설렘으로 바뀌었고 미국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을 때 변화된 내 모습을 계속 상상하며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출국 날 건강만을 걱정하시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비행기를 타러 들어갈 때의 그 길은 무척 길었던 것 같다.
비행기 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개월동안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의 나의 모습에 대해 머리 속에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다. 첫째, 자립심 기르기. 부모님도 그렇고 나도 교환학생의 제일 큰 목적은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혼자서 해결하는 능력,어떤 시련이 닥쳐도 혼자 일어설수 있는 힘을 길러 어른이 된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둘째, 영어 배우기. 나는 어렸을 적부터 다른 나라 사람과 의사소통을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한국 교육에서 요구하는 영어가 아닌 내가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내 생각을 자세히 전달하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영어를 배우고 싶었다. 일단은 이러한 두 개의 큰 목표를 가지고 미국으로 갔다.
↑ 호스트 아들 CJ와 저녁 산책 중
↑ 호스트 사존들과 장난치는 중
8월 말 찌는 듯한 더위에 나는 미국에서 가장 더운 주에 속하는 남부 루이지애나 주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곧 내 새로운 가족이 될 몽고메리 가족이 ‘Welcome Younghan’ 이라 쓰여있는 스케치북을 들고 환한 미소로 서있었다. 인상이 너무 좋으셔서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국은 하나같이 시끄럽고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공항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도 많이 없고 온통 초록색이어서, 자연과 하나된 기분이었다.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배정해주신다고 하신 것이 사람자체가 별로 없을 줄은 몰랐다^^
원래 나는 친하지 않으면 조용하고 말도 잘 걸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그런 소극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호스트 가족에게 말도 먼저 하고 장난도 쳤다. 그 결과 호스트 가족도 금방 나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해 주셨고 친아들처럼 잘 대해주셨다. 바뀌는 내 모습을 보고 나한테 이런 면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에게 놀랐다. 정말 내가 변해야 내 주위환경도 변한다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도착 후 공항에서
↑ 가족사진 촬영 날
나는 호스트 아들인 동갑내기 CJ가 다니는 사립학교에 함께 다니기로 했다. 학교 첫 날, 선생님들께서는 쑥스러워하는 동양학생을 환하게 맞아주셨고 유치원생부터 12학년까지 전교 약 80명인 작은 학교여서 일주일도 되지 않아 모든 학생들을 친구로 사귈 수 있었다. 내 또래보다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 그 친구들과도 시간을 많이 보냈다. 용기를 내어 친구들에게 말도 걸고 궁금한 것도 망설이지 않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답을 해줘서 고마웠다. 먼저 다가가니 친구들은 물론 어린 동생들까지도 나를 잘 따라주었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매일 나만 찾는다고 부러워하시기도 했다.
내가 이곳 루이지애나에서 다니던 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교육시스템이 조금 다른 곳이었다. 자기 주도적인 학습법이 낯설기도 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점점 선생님들의 신뢰를 얻어갔다. 그 뒤 2달 후 나는 ‘최고의 학생’ 상을 받았고 전교생과 그 가족들 앞에서 상장과 상품으로100불 기프트 카드를 받았다. 최선을 다한 노력에 대한 결과여서 뿌듯했고 이걸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방과 후 어린 친구들과
↑ 크리스마스 공연 때 친구와
점차 생활이 익숙해지던 10월쯤 호스트 부모님과의 갈등이 있었다. 내가 집에서 맡은 일은 내 방 청소, 설거지, 쓰레기 밖에 내놓기, 강아지 똥 치우기였는데 시키지 않아도 잘하는 편이었다. 하루는 방 청소를 미루다가 호스트 부모님께서 몇 번 말씀하셨는데도 바로 하지 않았더니 크게 화를 내셨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황하고 그 동안 열심히 한 걸 생각하니 사실 화도 났다. 하지만 내 잘못이고 내가 아무리 변명을 해 봤자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진심으로 사과 한 후 청소를 했다. 그 후 여느 가정의 아빠와 아들처럼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우리는 사이가 좋아졌고 시간이 지나 그 일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얘기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갈등이나 문제점들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 이번 갈등에서 느낀 점은 잘못을 했으면 바로 인정을 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소한 갈등은 나에게 또 하나의 생각거리를 주었고 그 갈등을 통해 더 가까워질 수도 있었으니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추석, 설 연휴와 같이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땡스기빙데이, 추수감사절이 제일 길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휴이다. 학교는 보통 2주에서 3주 정도의 방학이 있고 땡스기빙데이는 가족들끼리 모여 이야기도 하고 칠면조 고기도 먹는다. 땡스기빙데이는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온 가족들이 모여 풋볼 경기를 보고 다 같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기억에 남았고 맛있는 음식 특히 큰 칠면조 고기를 먹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는 추수감사절보다 더 오래 준비하고 기다린다. 몇 주 전부터 집을 장식하고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며 장식하고 음식을 만들고 선물을 준비한다. 호스트 엄마에게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도 보통 때처럼 회사와 학교에 간다고 말씀 드렸더니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다. 미국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것이 1년 중 가장 큰 삶의 행복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 교회 크리스마스 플레이
↑ 가족모두 세운 크리스마스 트리
행복했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동안 사실 나는 큰 선택을 해야 했다. 일반 공립학교와는 다른 지금 학교의 커리큘럼에 나는 한계를 느껴 공부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교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새로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익숙한 환경에서 좋은 호스트 가족과 사는 것이었다. 학교를 옮기는 것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선 일반적이지 않다는데 어쨌든 이것도 내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였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계속 생각을 해보았지만 정이 든 호스트 가족을 떠나기는 싫었다. 하지만 교환학생 1년이라는 내게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려면 학업에도 도움을 받는 환경, 그리고 새로운 경험들을 쌓는 것이 나에게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호스트 가족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과 더 잘해주지 못한 후회와 미안함이 컸다. 1월 초 내가 새로 배정 받은 사우스 다코타주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호스트 가족과 눈물로 포옹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면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 사람 일은 누구도 모른다고 했다. 이별하는 순간에 미안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함께 하는 그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많은 만남과 이별을 해보진 않았지만 이번엔 정말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나 공항에서 대성통곡을 하던 호스트 조카 Hollie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떠나는 날 공항에서(Cleve 와 Hollie)
아쉬움과 후회를 남긴 채 나는 남부와 정반대인 북부 사우스 다코타주에 도착하여 새로운 호스트를 만났다. 임시 호스트였지만 인상이 좋으셨고 나를 많이 도와주셨다. 며칠 뒤 나를 받을 새로운 호스트를 만났는데 그 분은 우리학교 음악 선생님이었다. 나는 정말 기뻤고 놀라웠던 것은 선생님 댁에 애기가 4명이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나를 받아준 것이 고마웠고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었다. 사우스 다코타 역시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곳이었다.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았고 차들도 많지 않았다. 내가 사는 부산과는 전혀 반대였지만 사우스다코타의 그런 환경도 싫지만은 않았다. 예쁜 집들이 많고 날씨가 좋으면 가끔씩 가족들끼리 나와 노는 모습, 소음이 거의 없고 조용히 새소리가 들리는 환경에 있으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나중에 이런 곳에 와서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호스트를 만나고 며칠 뒤 나는 사우스다코타 Face The World 에 속해있는 교환학생들끼리 4박5일동안 바하마스로 크루즈 여행을 갔다.멕시코, 필리핀, 브라질, 스페인,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처음 보는 친구들이었지만 모두 같은 교환학생이라서 인지 통하는 것도 많았고 서로 관심사나 이야기하는 것들이 비슷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좋은 인연을 만든 것 같아서 기뻤고 이런 소중한 경험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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